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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월과 자유를 향한 지평의 순례자 – 손파論-정해성.pdf

 

 

 

초월과 자유를 향한 지평의 순례자 . 손파論
 
정해성 (국문학자)

 
1. ‘각주구검’의 현실 속에 ‘칼’쥔 자의 공포 

 지켜야만 하는 소중한 ‘칼’을 쥐고 ‘강’을 건너는 자는 불안하다 . 종착점이 어딘지 어떻게 가는지 알 수 없는 강물 의 흐름이 두렵고 , 딱히 도피할 곳도 없는 좁은 배 안에서 내 소중한 ‘칼’을 빼앗아 갈 것만 같은 타인도 무섭다 . ‘칼’을 안전하게 보전하기엔 너무나 부실해 보이는 ‘나’도 믿을 수 없고 , ‘칼’ 또한 내 모든 것을 다 걸고 지킬 만한 가 치가 있는지 때론 의심스럽다 . 자신의 ‘칼’을 지키지 못하고 ‘칼’과 함께 흘러가는 배에서 스스로 하차해 버린 , 인생 선배들의 전철 또한 내 삶이 될까봐 불안하다 . 불안은 증폭되어 공포가 된다 . ‘칼’의 존재를 , ‘물’의 흐름을 , ‘타인’의 폭력을, ‘나’의 부족함을 망각함으로써 잠시 공포를 모면하려 하지만 , 순간의 도피는 지속적으로 축적되어 주체할 수 없이 강력한 힘으로 ‘나’를 절망과 죽음으로 몰아간다 . 작가 손파 ‘나’는 그 절망과 공포의 심연에서 예술을 통해 자 신을 찾고 , 삶을 지탱하며 , 구원해 줄 ‘자유’를 꿈꾼다 . 손파는 그 작업들을 통해 매순간 도약하며 비상한다 .
 
 

2. ‘해방’을 향한 첫걸음 

 어린 시절 문경 산골에 전깃불이 들어오던 날 미루나무에 걸린 전깃줄의 팽팽함에서 육신과 정신의 당겨짐 , 즉긴 장을 느낀다 . 도시 만원버스의 복잡함속에 자신을 파묻고 싶었던 도시에 대한 동경도 한 때의 갈망일 뿐 , 꽉 짜여진 도시의 일상과 생계가 그를 숨 막히게 한다 . 마대처럼 꽉 짜여져서 , 얽어져서 그렇게 평생을 살아가야 하는 현대 도 시인의 실존적 삶임을 자각한다 . 그 숨막힌 삶은 결국 340명의 사상자를 낸 2003년 대구 지하철 대참사로 귀결됨 을 작가는 자신이 살고 있는 도시에서 목격한다 . 꽉 짜여진 삶속에서 몸이 부서져라 평생 일을 한들 남는 것은 장애 와 부실한 연금제도로 인한 암울한 미래뿐이었던 퇴직 택시기사가 저지른 대재앙이었다 . 전업 작가로 살기 이전 생 활의 현장에서 분 ,초를 다퉈가며 치열하게 살아야 했던 작가 손파는 이 재앙에서 한계 상황에 봉착한 현대인의 절망 과 불안을 읽어 낸다 . 손파는 땅콩 마대의 조직을 하나하나 풀어 해체하는 작업과정을 통해 복잡한 지하철에서 스러 져간 씁혼들과 소통하며 위로한다 . 그리고 지하철을 오가는 현대인들에게 우리가 처한 실존적 현실을 자각하게 한 다. 손파는 이 작업을 통해 ‘나’의 자유를 , 그리고 현대인들의 자유와 해방을 갈구한다 . 작가 손파에게 예술은 곧 ‘자 유’이다.

 

3. ‘자유’를 향한 증폭과 지속의 행보

 자유는 결코 안주하지 않는다 . 현재와 타협하지 않는다 . 자유는 낯선 공간으로 나아가며 , 새로운 방식을 시도하고 , 스스로의 한계에 도전함으로써 삶과 예술의 지평을 넓힌다 . 작가 손파는 항상 자기 스스로의 방식과 한계를 ‘깨뜨 림’을 통해 , 새로운 재료를 새로운 예술을 창조한다 . 새로움의 시도와 창조는 ‘나’의 현재와 한계를 극복함으로써 , 최 종적으로 ‘나’를 자유롭게 한다 .

 ‘자유’를 향한 작가 손파는 대학 재학시절에 이미 구상의 재현성과 형상성을 벗어나 추상으로 나아간다 . 캔버스에 형상화하는 기존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모래와 철을 활용해 부조의 작업을 시도한다 . 캔버스의 제한에서 벗어나 캔 버스 천을 잇고 묶는 등 끝없이 주어진 재료의 변형을 시도한다 . 손파의 끊임없는 도전은 캔버스의 평면성에서 벗어 나 삼차원의 공간속에 형상화하는 작업 방식으로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 손파는 조각 작업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목 조, 대리석, 금속 등의 재료들과 형상에서 이탈한다 . 손파는 자신만이 할 수 있는 , 고유한 재료와 작업을 통해 ‘자 신’을 탐색하고 , ‘자신’을 알아감으로써 세상과 타인 , 그리고 현재의 자신으로부터 ‘자유’를 시도한다 . 끊임없는 부정 과 부단한 창조를 통해 지속적인 새로움을 추구하는 손파의 작품은 ‘정(正)’의 ‘반(反)’을 통해 ‘합(合)’을 지속적으로 추구하는 변증법적 작업의 결과물이다 .
 
선(線)의 팽팽함과 늘임에 대한 작가 특유의 강박관념과 긴장은 ‘고무’라는 재료를 통해 만들어진 타이어를 찢어서 도살당하는 돼지를 통해 형상화된다 . 작가 손파는 ‘고무’라는 재료의 속성을 공장의 제작 과정에서부터 제대로 익혀 서 자신만의 성질과 색을 지닌 ‘고무’를 만들고 ,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어낸다 . ‘고무’의 속성상 조각 작업이 힘들었지 만, 빠른 작업속도를 통해 그 마저도 극복해 낸 손파는 이후 새로운 재료의 탐색을 통해 이미 익숙해진 ‘고무’라는 재 료로부터 이탈한다 . 

White bride, 2010

 

 

 

손파는 자기 자신의 불안과 공포의 근저에 ‘육체, 몸’을 해체할 수 있는 ‘뾰족함’이 자리잡고 있음을 직시한다 . 손 파는 불안과 공포에서 순간적으로 벗어날 수 있는 망각이 아닌 , 그 뾰족함에 몰입함으로써 생의 공포에 정면으로 도 전하고 승부한다 . 들추지 않고 감춰 둔 트라우마와 기억들은 사라지지 않고 , 축적됨으로써 더욱 강화되어 결국 자신 과 자기 주변의 삶을 강력히 위협하기 마련이다 . 작가는 그는 뾰족한 재료들 , 소뿔과 칼등의 재료를 다룸으로써 불안 과 공포를 작품으로 승화한다 . 뜻대로, 맘대로 되지 않는 재료들과 그로 인한 난관들을 헤쳐 가는 그의 작업 과정은 삶과 세상이 주는 불안과 공포에서 이탈하기보다는 초월하는 과정이다 . 칼날들의 이음을 통해 형상화한 작품들엔 저 마다 초월과 비상을 꿈꾼다 . 칼날을 걸으며 파시시트적 속도에 브레이크를 잡던 현대인의 비극적 실존은 곧 비상직 전의 날개들 , 주전자에서 떨어지는 물줄기가 되어 바닥을 치고 수직상승을 시도한다 . 역동적으로 반등하며 솟구치는 힘들, 비상과 초월의 비장감과 긴장감 그리고 당당함과 결연함이 공간을 가득 채운다 . 

 


 

 

 

 

손파의 뾰족함은 ‘칼’에서 ‘침’으로, ‘해부’에서 ‘치유’로 전이된다 . ‘칼’에서 느낀 자신과 관객의 공포를 ‘침’을통 해 해방하고 치유한다 . 지식이 축적된 정전들의 권위 , 인류가 쌓아둔 유물들의 보고인 박물관은 권위와 위엄으로 무 장하여 오랜 세월 인간들의 삶을 억압하고 구속해 왔다 . 손파는 침으로 책과 의자 등 박물관 시리즈를 통해 오랜 세 월 인류가 구축한 정전과 지위를 해체한다 . 절대적 지식과 권위에 눌려 자신의 삶을 살지 못한 현대인들의 삶이 자발 적인 굴종과 억압 , 자기 검열에서 벗어나 참다운 자신과 ‘자유’의 삶을 향유하기를 작가는 갈망한다 . 제작 과정에서 작가의 지문과 피를 통해 탄생되는 작품은 바로 누구도 아닌 자기 자신이다 . 작품을 제작 과정 중 작품과 대화하고 , 다루기 힘든 재료들을 보듬고 어루만지면서 원하는 형상으로 제작하는 과정 , 작품에 몰입하는 그 순간만큼은 최소한 모든 것을 망각하고 재탄생되는 , 진정한 자유와 씁원을 엿보는 소중한 시간들이다 . 

 


 

 

 

4. 지속되는 순례

 ‘진리를 알지니 ,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요 8장 32절)고 복음서 저자 요한은 우리에게 선포하씀듯이 우리 가 평생을 통해 탐구하고 , 노력하고, 갈망하는 ‘진리’가 도달할 최종 목표는 바로 ‘자유’이다. 삶이라고 하는 것 , ‘나’라고 하는 것은 종종 아니 항상 그 실체를 알기 힘들다 . 그래서 ‘나’로 살아가는 것은 두렵고 , 어려운 일이다 . 그 공포와 난관을 외면하지 아니하고 , 자신의 삶과 몸은 던져 힘겨운 작업을 통해 탐색하고 극복해가는 손파의 작업은 그래서 경이롭고 나아가 경외롭다 . 자신으로부터, 타인으로부터, 세상으로부터, 작업 그 자체로부터도 초월하여 진 정한 ‘자유’를 향한 그의 씁원한 순례자로서의 작품 활동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
 
 
2017년 1월 6일 
 
 

 

 


Discussing Sohnpaa: A Pilgrim on the Horizon of Transcendence and Freedom


1. The Fear of One Who Holds the Sword in the Midst of Bygone Times

Anxiety overtakes one who carries a precious sword that needs protection. Crossing the river, one is afraid of the unpredictable nature of the stream as well as the stranger in the boat who may take the sword away. One finds oneself too weak to protect the sword, and has no strong belief about whether this sword is worth fighting for. One is anxious to repeat the mistakes of other people who failed to protect their swords, gave them up, and got off their boats. Anxiety escalates to fear. One is tempted not to think about the sword, the river, the stranger, and the self, and thereby become oblivious to his fear. But this temporary escape only accumulates to ultimate despair and death. By means of art, Sohnpaa seeks freedom that will sustain and save his life in the midst of fear. In doing so, Sohnpaa endlessly rises above the horizon.

 
2. A First Step toward “Emancipation”

The day when the mountain district of Moonkyeong was supplied with electricity, Sohnpaa feels anxious about the strained electric wires tied to poplars. He once desired the kind of hectic life where he would be swamped in a loaded bus. But he now feels suffocated in the tightly planned schedule of city life. He witnesses that this strangling life ultimately leads to the great catastrophe of the Daeku subway in 2003, during which 340 people died. The tragedy was the result of a retired taxi driver’s frustration who, after years of devotion to the service, was left with nothing but a disabled body and poor pension. Before becoming a full-time writer, Sohnpaa used to live a life which demanded a fierce fight for survival. This experience gave Sohnpaa a keen ability to read despair and fear in people who have reached their limits. Through the process of untangling peanut gunny bags one by one, Sohnpaa intends to console and communicate with people lost in the subway fire. This message resonates with anyone who takes the subway by letting them acknowledge their own existential reality. Sohnpaa aspires to freedom and emancipation. Art, to Sohnpaa, means freedom.

 

3. A Constant, Broadening Walk toward Freedom

Freedom is never satisfied with the status quo. It never compromises. It pursues the foreign, tries the new, challenges the given limit, and in so doing, enlarges the scope of our life and our art. Sohnpaa’s new art is necessitated by his constant challenge to his own method. This attempt to create newness helps us to overcome our own boundaries, thereby emancipating ourselves.

In college years, Sohnpaa was already moving toward the abstract, away from the representational and figurative. Rather than visualizing objects on canvas, Sohnpaa uses sand and iron. Canvas instead becomes a new material which he pieces and ties together. This turn from two dimensions to three dimensions exemplifies Sohnpaa’s aspiration toward the new. He separates himself from the common methods of wood, marble, and metal carving. He explores and understands himself in his own unique methodology, in order to pursue freedom from himself, from others, and from the world. His art is that of the product of dialectics that achieves synthesis through thesis and antithesis.

Sohnpaa compulsively pursuesthe tightness as well as the flexibility of a line. His pursuit of tension is manifested in a slaughtered pig made out of a torn-up rubber tire. Sohnpaa has mastered the nature of rubber by studying its manufacturing process in a factory. This enables him to create rubber that is unique to his art. The nature of rubber does not allow for easy carving, but Sohnpaa’s ardent pursuit of new materials has made this possible.

Sohnpaa recognizes that a “pointedness” resides at the bottom of his fear which can cut physical bodies. Instead of resorting to oblivion that may provide a temporary comfort, he confronts fear by immersing himself in it. Traumatic memories, if never confronted, only escalate into something bigger, becoming anever-increasing threat. Using pointed materials such as a cow’s horn and the back of a knife, Sohnpaa changes fear into art. His decision to work with difficult materials gives us the message to fight back and transcend fear rather than evade it. Each connection between the edges of the knives conveys Sohnpaa’s desire for transcendental flight. He gives shape to the stretched wings that are about to fly and the streams dropping from the kettle that are about to hit the ground, only to ascend from it. Theseworksgiveusthe motivation to move upward, to confront our tragic reality – our existential condition to walk on top of blades, amidst the fascist insanity of current society. What resonates are the rebinding, ever-ascending dynamics of power, the tragic tensions of transcendence, and the decisive dignity of manner.

The pointedness that Sohnpaa pursues is more of an acupunctural needle than a knife, more of a cure than a dissection. By means of this needle that heals, the audience is emancipated from the fear that the knife brings. Through the transformative series of museums that use books, chairs and the like, Sohnpaa deconstructs the authoritative, oppressive institution of the museum. He yearns for human freedom: freedom from “objective” knowledge and authority, from subservience, and from self-censorship. Sohnpaa’s art is created by his fingerprints and blood, the result of which is nothing but himself. The time spent embracing and communicating with tricky materials is so beautiful and priceless that it allows for a taste of true, eternal freedom.

Chung, Haesung (Culture Crit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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